하디의 회심과 원산부흥운동의 발흥


저다인(J. L. Gerdine)에 의하면 기도회 전 하디는 그들로부터 기도에 관한 세 편의 글을 부탁받고 준비하던 중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일에 있어 자신의 능력이 결핍된 것을 발견했다. 기도회 기간 동안 하나님의 말씀을 강론하면서 그는 누가복음 11장 13절에 기록된 약속에 따라 성령의 충만을 간절히 간구하였고, 드디어 기도회 마지막 날 놀라운 영적 각성을 경험했다. 마지막 날 화이트의 강의를 통해 십자가의 은혜를 깊이 깨닫고 놀라운 도전을 받은 것이다. 그를 사로잡았던, 그가 그토록 사모했던“약속하신 성령”을 충만히 받은 것이다. 그는 감정이 아닌 믿음으로 성령을 받았고, 전에는 소유하지 못했던 마음에 새로운 평안을 얻게 되었음을 그곳에 모인 일곱 명의 선교사들 앞에서 솔직하게 고백했다. 하디 자신을 포함한 초기 모든 자료들은 이 한 주간의 기도회가 여러 해 동안 한국 전역을 휩쓸었던 원산부흥운동을 태동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하디 부부
원산 기도 모임에 불을 지폈던 남감리교 의료 선교사 하디(Robert Alexa Hardie, 河鯉泳)는 게일의 동창생이며, 게일처럼 토론토대학 YMCA의 지원을 받아 1890년 9월에 내한했다. 그는 처음에는 게일과 함께 부산에 있다가 원산으로 선교지를 옮겨 1898년부터는 남감리교 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그곳에서 의료 선교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하디는 1901년부터 원산과 강원도 통천 지방에서 개척 선교사로 3년간 선교 활동을 했으나 선교의 결실이 거의 없었다. 그가 1904년 고백한 것처럼 이것은 그에게 엄청난 절망감을 안겨 주었다:


나는 3년 동안 강원도에 교회가 처음 세워진 지경대 지역에서 어떤 다른 지역에서보다 애써 일하였으나, 그곳에서의 선교사역의 실패는 나에게 말할 수 없는 타격을 안겨 주었고, 사역을 더 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감을 가져다주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하디가 8월 처음에는 선교사들 앞에서, 그리고 주일 오전예배 때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 한국인들 앞에서 공개적으로“교만, 심령의 강퍅함, 그리고 믿음의 부족”등 자신의 죄악을 낱낱이 털어놓으며 눈물로 참회하고 회개했던 것이다. 하디의 말을 직접 빌린다면“성령이 내게 오셨을 때 그의 첫 요구는 나의 선교사 생활의 대부분을 함께 보냈던 선교사들 앞에서 나의 실패와 그 실패의 원인을 시인하게 하시는 것이었다. 그것은 고통스럽고 굴욕적인 경험이었다.”


한국에 파송된 서양 선교사들에게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민족적 우월감, 성령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을 의지하기보다는 자기의 능력과 학력과 실력을 의지하는 자만심, 한국인을 미개한 민족과 무식한 백성으로 생각하는 깊은 자만심을 동료 선교사들과 한국인들이 모인 가운데 그대로 토로한 것이다. 하디 선교사는 “자기가 선교 사업에 실패한 원인이 믿음이 약하여 아직 성령강림의 체험이 없는 데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시인하고 선교사들과 한국인 전도인들 앞에서 자기의 무능을 고백했던 것이다.


하디의 고백은 모인 이들의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되었고, 그가 고백한 죄악들은 모인 선교사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그 이듬해 1904년 하디는 그 당시의 영적 체험과 고백, 그리고 그것이 가져다 준 결과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성령의 충만함을 깨달은 후 그 첫 주일 아침 우리 원산 감리교회 회중 앞에 서서 부끄럽고 당황한 얼굴로 나의 교만, 심령의 강퍅함, 그리고 믿음의 결핍과 또한 이것들이 가져다  준 많은 결과들을 고백하면서 그들은 처음으로 죄의 확신과 회개가 실제적인 경험 속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하디의 영적 체험은 원산에 새로운 영적 바람을 불어넣었다. 하디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교만과 죄들을 다 고백한 얼마 후 주일 오전예배 후에 한 젊은이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날 주일 오전예배 축도가 막 끝나자마자 약 5개월 전에 처음으로 복음을 들었던 존 로스(John Robert Ross) 선교사의 젊은 한글 선생, 진천수가 회중 앞에서 갑자기 일어서더니 그 동안 감추어진 자신의 죄악들을 고백하기 시작한 것이다.“그는 교만에서부터 시작해서 탐욕, 그리고 위선적인 행위를 회개했다. 그리고는 그곳에 모인 교인들에게 매우 진지하게 단지 외형적인 기독교 신앙을 회개하고 진정으로 하나님께 돌아설 것을 간청했다.”


  • 기자명 관리자
  • 입력 2006.07.0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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