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서양문화. 종교와의 접촉

16세기 후반 유럽 열국이 종교개혁으로 심각한 종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동안 성격은 다르지만 한반도는 전에 없는 도전과 위기를 만나고 있었다. 1592년에 발생한 임진왜란, 1627년과 1653년 표류로 인한 박연과 하멜의 입국, 그리고 1816년 머리 맥스웰 대령과 바실 홀 대령의 서해안 탐사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이들 사건들은 종교사적으로만 아니라 문화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세스페데스가 임진왜란 때 일본군을 대상으로 선교 활동을 하기 위해 종군 신부로 내한하고, 일본 포로로 끌려간 조선인들 가운데 상당수의 예수회 신자가 생겨나면서 지극히 세속적인 임진왜란은 단순한 전쟁을 넘어 기독교와의 접촉점을 제공하는 전기를 마련해주었다. 박연과 하멜의 입국과 맥스웰과 바실 홀의 서해안 탐사 역시 은둔의 나라 조선이 서양문화․ 종교와 접촉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갑작스런 배의 난파로 조선에 입국했다 돌아간 하멜이 출간한 하멜의 표류기, 서해안 탐사를 위해 입국했다 돌아가 맥스웰과 홀이 출간한 항해기(航海記)는 은둔의 나라 조선을 서방 세계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돌이켜볼 때, 공식적인 선교사 입국 이전에 있었던 이와 같은 복음의 접촉은 직접적인 선교의 결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복음 전래의 길을 예비하는 준비였다는 점에서 종교개혁 이전의 개혁의 움직임만큼이나 조선선교의 귀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한반도에 공식적으로 복음이 전래되기 오래전부터 하나님께서는 조선에 복음 전파를 준비하고 계셨던 것이다.


헌대, 이 사건들은 자의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서구 유럽의 근대화와 더불어 발생했다. 일찍이 일본이 포르투갈과의 교역, 사비에르의 제수잇 선교를 통해 서양 근대문명을 접하고 무기술을 도입하여 군사력을 강화한 후 임진왜란을 일으킨 것이나, 15세기 이후 무역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세계무역을 주도하던 포르투갈, 스페인, 화란 상인들이 외국과의 무역 중, 배가 난파당하는 바람에 떠밀려와 은둔의 땅 조선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나, 맥스웰과 바실 홀이 서해안을 탐사한 것 모두 근대화와 더불어 발생한 사건들이다. 유럽 강대국들이 일본, 중국에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 은둔의 나라 조선은 서서히 은둔의 나라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박용규, 한국기독교회사 1중에서-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08.03.10 15:16
  • 댓글 0
저작권자 © 평양대부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