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04월 21일/주기철 목사 순교

 

죽음 앞에서는 기약도 약정도 없는 것이지만, 1944년 4월 한 달 동안에 너무도 아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

 4월 16일 "예수 천당"의 주인공 최봉석 목사가, 4월 21일 성서조선의 주인공 김교신이 그리고 1944년 4월 21일, 해방을 불과 1년 4개월 남겨놓고 일사각오의 주인공 주기철 목사가 일경의 잔혹한 고문 후유증으로 시달리며 외롭게 투쟁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도자를 잃은 암흑시대 한국교회가 나갈 방향을 제시한 신앙의 샛별이었다.

그보다 1년 후 세상을 떠난 독일의 본 훼퍼가 "회개 없는 용서, 훈련 없는 세례, 고백 없는 성찬"과 같은 값싼 은혜와 값진 은혜를 구분하여 기독교 제자도에 새로운 차원을 가져다 주었다면 주기철 목사는 진정한 기독교 신앙이 협의적인 경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실존 속에서 삶의 전 영역을 포함하는 전인격적인 방식으로 행동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다섯 차례의 구속, 가혹한 고문, 목사직의 파면, 산정현 교회의 폐쇄, 사택에서의 가족 추방 앞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일사각오의 신앙, 바로 그것은 같이 투옥되었던 안이숙 여사의 말을 빌린다면 '죽으면 죽으리라'는 신앙이었다.

 

박용규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08.04.21 15:03
  • 댓글 0
저작권자 © 평양대부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