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과 신앙 이야기: <1>
부흥이란 있는 것인가?

한철희 교수  (나사렛대학교 기독교교육학)


부흥은 새벽처럼 찾아온다. 새벽은 늘 변화라는 거대한 발자취를 이 땅에 남겨 놓는다. 부흥을 경험한 아침,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모든 무기력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현존 앞으로 걸어 나간다. 뒤집힌 배에 갇혀 버린 것 같던 인생이 청명한 빛을 대면하게 된다. 영혼이 쪽빛 바다처럼 환하게 열리고,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소망의 기쁨이 라벤더 향처럼 잔잔하게 퍼져 올라온다. 부흥의 시대는 과연 위대한 시대이다.


‘신앙부흥’이란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 또는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리바이벌’(revival)이라는 말의 번역어이다. ‘내가 생기로 너희에게 들어가게 하리니 너희가 살리라’(에스겔 37:5~6)하고 말씀하시니 마른 뼈들이 살아나 큰 군대가 되었다. 봄이 되면 넓은 들판에 연초록 생명들이 언 땅을 뚫고 나와 새싹을 틔워내는 것(빌립보서 4:10)과 같다. 한국교회가 세계적인 교회로 성장하게 된 저변에는 부흥이라는 축적된 영적 에너지의 발현이 있다. 이것은 교파를 초월하여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60년대, 한국 대도시 주변을 찾아왔던 천막전도 집회는 이제 아련한 향수로만 남아있다. 한국전쟁 이후 일거리를 찾아 서울 변두리로 모여든 달동네에 대형 군용천막이 설치된다. 400여명이 앉을 수 있도록 쌀가마니를 펼쳐 만든 간이 예배실이다. 집회 시간이 다가오면 온 산기슭에 신비한 영적인 열기가 서려온다. 찬양 인도자가 강대상을 두드리면 응원단 같이 절도 있는 박수소리가 기슭을 따라 퍼져나간다. 서너 시간의 집회가 끝나면 군용담요를 덮고 엎드려 바닥을 눈물로 적시며 철야기도에 들어간다. 코끝에 다가오는 쌀가마니의 냄새조차 향긋하다. 풀러신학대학 리차드 마우 박사가 저술한 책 ‘톱밥의 냄새(The Smell of Sawdust)‘ 역시 미국 천막전도 집회의 향수를 일깨우는 독특한 냄새이다. 마우 총장은 이 책에서 ‘현대 복음주의자들은 이제 자신의 선조들의 근본주의적 전통으로부터 배워야할 때’라고 주장한다.


역사에 나타난 부흥의 양상은 무척 다양하였다. 디셉 사람 엘리야가 로뎀나무 아래서 경험한 부흥은 개인적인 부흥이었다. “나사렛(Nazarene)”이라는 자랑스러운 교단명칭 역시 초대지도자였던 위드니 박사(USC총장)가 어느 날 새벽에 체험한 개인적 부흥의 결과였다. 미국 에드워즈 목사의 노댐튼 교회에서 발화된 지교회의 부흥이 있었는가 하면, 영국 웨일즈 지방을 강타한 회개운동이 있었다. 서부 개척민들의 숲 속 개활지를 뒤흔든 캠프 미팅들이 있었으며, 예일대학교의 모든 강의실을 문 닫게 만든 캠퍼스 부흥이 있었다. 장막전도대 정남수 목사의 전용자동차 ‘보니’가 대형천막을 싣고 일제치하의 조선반도를 누비던 것도 불과 70년 전의 일이다.


이제 강남중산층 대형교회들은 차세대 담임목사 청빙에 최선의 비법을 터득하였다. 중장기 성경공부 프로젝트를 통해 교회를 질적․양적으로 부흥시킨 명백한 증거가 있는 젊은 사역자들을 전 세계에서 찾아와 자신들의 열쇠를 넘겨주고 있다. 한국의 기도원들은 비어가고 있고, 봄 가을 부흥성회는 급속히 경량화 되고 있다. 현대 크리스천들은 이제 부흥을 믿고 있지 않는 것일까? 부흥의 영성과 제자훈련 효능은 병행할 수 없는 것일까?


과연 부흥이란 있는 것인가? 한국교회에 언제나 다시 부흥의 함성이 들려 올 것인가? 모든 무기력과 좌절을 박차고 일어나 “부흥이여, 속히 오라!”고 외치고 싶은 청명한 아침이다.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11.11.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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