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새로운 길 진단]

“신앙=실천, 예수님 같은 삶으로 세속화 넘어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정리=신상목 기자


‘한국교회와 서구교회, 기독교의 미래’ 한·미 신학자에게 듣는다

한국교회와 서구교회가 공히 세속화와 물질주의의 도전 속에 탈출구를 찾고 있다. 한국교회는 교회 침체와 반기독교 정서의 도전, 목회 리더십 전환기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으며 서구교회는 급격한 탈기독교 현상 속에 재복음화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세계 선교 전문가인 미국 해외사역연구센터 조너선 봉크 원장이 지난달 18일 총신대 신대원 박용규(교회사) 교수와 만나 한국교회와 서구교회, 기독교의 미래를 전망했다.

△박용규 교수=한국교회는 현재 담임 목회 리더십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국교회를 위해 조언을 한다면.

△조너선 봉크 원장=리더십 계승은 교회 사이즈 문제가 아니다. 리더십 계승의 최선은 계승자가 첫 출발부터 다음 계승을 깊이 마음에 새기고 자신의 사역을 감당해 나가는 것이다. 자신이 퇴임할 때 목회의 건강성과 역동성이 어떻게 유지되고 고양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목회 사역이 ‘원맨쇼’가 아닌 걸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분명한 건 우리 모두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썩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라고 가르치셨다. 자신의 죽음으로 우리는 자동으로 계승을 위한 영적 토양을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살려고 할 때 부패와 타락을 열매로 얻게 될 것이다. 담임목사는 CEO가 아니고 목자들의 한 목자, 종들의 한 종, 제자훈련자들의 한 훈련자이다.

△박 교수=한국은 지난 30년간 과거 서구사회가 경험했던 문화적 변화를 그대로 경험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한국이 서구 문화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가.

△봉크 원장=교훈은 만약 우리가 바람을 심으면 더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거둔다는 것이다. 수확의 법칙에 따르면 심은 대로 거둘 뿐 아니라 심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거둔다. 서구는 인간 존재에 필수적인 돈과 물질을 만들어 온 개인주의적 열망에 기초해왔다. 서구의 가족과 제도는 ‘삶은 풍성한 소유에 있다’고 강요하는 무자비한 메시지 공세에 직면하면서 침식되고 붕괴돼 왔다. 서구의 위대한 두 가지 계명은 ‘소비하라’ ‘더 크게 갈망하라’이다. 시장의 법칙이 하나님의 법을 대치해 오랜 기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사회는 결코 없었다. 바울은 탐심을 우상숭배라고 우리에게 분명히 환기시켰다. 탐심은 서구 사회와 경제의 DNA다. 나는 예수님을 따르는 한국과 한국인들이 미국의 모델을 본받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기도한다.

△박 교수=성경적 개념으로는 신앙(faith)과 실천(practice)은 분리될 수 없다. 미국의 저명한 교회사가 데이비드 웰즈는 미국 복음주의 미래가 정통신학(orthodoxy)이 아니라 정통실천(orthopracxis)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점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북미 교회보다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왜 이 같은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며 해결책은 무엇인가.

△봉크 원장=주님이 하신 말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믿음의 결과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예수님에 따르면 마지막 심판 날 저주받아 영원한 불에 들어갈 염소들로부터 영원한 기업을 유산으로 받을 양들을 분리시킬 것이다. 그 운명적 날에 예수님은 우리의 선교 사역이나 개혁주의 신학, 교회 출석 혹은 십일조에 대해 묻지 않으실 것이다. 심판 날 주님은 우리의 믿음이 하나님에게서 난 참 믿음인지, 아니면 단지 인간의 종교심에서 발로된 것인지 물으실 것이다. 그렇다면 심판의 기준은 무엇인가. 주린 자를 먹이고 목마른 자를 마시우고 외인에게 거할 것을 제공하고 헐벗은 자를 입히고 병든 자를 돌아보고 옥에 갇힌 자를 돌아본 이들을 하나님이 축복하실 것이다. 믿음은 결실로 나타나야 한다.

△박 교수=한류 붐이 아시아만 아니라 중동과 유럽으로, 더 나아가 북미와 남미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런 한류의 붐을 타고 결혼을 통해서든 근로의 목적으로든 너무도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다. 그 수는 15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소외된 이들을 섬기며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이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변화돼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그 시너지는 대단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사명은 무엇인가.

△봉크 원장=한국 같은 단일민족 국가에서 외국인들은 교회의 진정성을 시험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한국 기독교 공동체에 종족, 인종, 혹은 언어적으로 소외된 이들에 대한 여지가 과연 있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인간 사회는 외국인을 두려워하는 혐오 성향이 있다. 하지만 성경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주된 책임 가운데 하나는 하나님 백성으로 환대를 실천에 옮기고 외국인들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외국인들의 출현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분부하신 것을 실행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

△박 교수=신학자와 선교학자, 목회자, 선교기관의 지도자, 선교사로서 당신만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당신이 볼 때 서구 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기독교의 본질은 무엇이라 보는가.

△봉크 원장=서구문화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자만심이다. 우리는 서구 기독교가 윤리적인 면에서 종종 전혀 그리스도를 닮지 않은 기독교제국 신앙(Christendom faith)의 파생물임을 기억해야 한다. 관계성 속에서의 윤리와 친절을 강조하셨던 예수님과 달리 서구 기독교는 교리와 성례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수님이 사용하신 용어에서는 콘스탄틴이 그리스도인일 수 없다.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는 자가 된다는 것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신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의 본질은 그리스도이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예수를 믿고 그를 따르고 그에게 순종하고 예수님처럼 사는 것이다. 바울은 우리에게 교훈한다. “사랑을 입은 자녀같이 너희는 하나님을 본받는 자가 되고 그리스도께서 너희를 사랑하신 것 같이 너희도 사랑 가운데서 행하라.” 성경적 의미에서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로마서 12장 9∼21절에 명시된 대로 거짓이 없는 사랑으로 우리의 형제와 자매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의 참된 본질이다.

△박 교수=앞으로 서구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보는가.

△봉크 원장=서구문화는 점차적으로, 그러나 굽힐 수 없이 모종의 방향으로 붕괴되고 있다. 이것은 모든 문명이 진행되는 유형이었다. 문명과 사회는 일시적일 뿐이다. 문제는 쇠락의 상태에 놓여 있는 사회에서 교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이다. 위대한 거짓말쟁이 사탄이 에덴동산에서 하와를 유혹한 것처럼 하나님을 의심하고 탐욕에 눈이 어둡도록 계속 부추길 것이다. 서구는 돈과 물질 소유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 애덤 스미스와 자본주의 경제 이데올로기가 예수의 자리를 대신했다. 그 결과 서구교회는 무섭도록 물질주의와 소비주의에 자신들을 순응시켜 왔다. 우리는 이를 혼합주의라 부른다.

△박 교수=기독교의 미래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다.

△봉크 원장=기독교는 세상을 가로 질러 흘러갈 것이다. 필립 젠킨스는 그의 저서 ‘기독교의 잃어버린 역사’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에서의 슬픈 역사를 말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독교는 지금 100여년 전만 해도 복음의 불모지와 같았던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역동적인 종교다. 오늘날 기독교는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지역에서, 심지어 기독교가 쇠잔했던 유럽에서 강하다. 반면 북미에서 두드러지게 약화되고 있는 징조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900년에 기독교인은 세계 인구의 22.7%를 차지했으나 오늘날은 3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서구 밖에 살고 있다. 물론 그러한 통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요한계시록 22장 1∼5절에 기록돼 있듯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에 대한 미래이다.

◇조너선 봉크 원장

미국 코네티컷 주 뉴헤이븐 소재 해외사역연구센터(Overseas ministries study center) 원장이면서 IBMR(International Bulletin of Missionary Research) 편집인이다. 캐나다 프로비던스대학(선교학) 교수로 20년을 사역했다. 저서로 ‘선교와 돈’, ‘선교 책무’ 등이 있다.

◇박용규 교수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회사 교수로 한국기독교사연구소 소장이다. 1907년 평양대부흥 전문가로 저서에는 ‘초대교회사’, ‘평양대부흥운동’, ‘한국기독교회사’ 등이 있다.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11.12.10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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