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성지순례였는데… 매도·왜곡 도 넘었다” 반기독적 악플 사태에 교계 우려 목소리 높아
2014.02.18 02:32

  -국민일보 미션라이프(김경택 백상현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 )




이집트 폭탄테러 사고에 대해 악의적으로 조롱하거나 비난을 퍼붓는 글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무리한 ‘선교 활동’ 중에 당한 사고라는 등 거짓 사실이 확산되고 있다. 교계에선 안티기독교 세력의 근거 없는 글 때문에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왜곡 악성 댓글 쏟아져=17일 폭탄테러 사고를 전하는 인터넷 기사에는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댓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네티즌은 “성지에 가서 죽었으니 축하드립니다… 원하던 곳 많이 가셔서 천국에 가시기 바랍니다. 벵기표(비행기표) 마감입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 지역 어디선가 우르르 몰려서서 기도하다가 이슬람 무장단체의 타깃이 된 것 같구만” “기독교를 대한민국의 법으로 금지시키자” “한국이 조금 더 깨끗해졌네ㅎㅎ”라는 댓글도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서도 “백날 성경만 보니 현실이 안 보이는 듯” “대책 없이 간 구정물 교회의 전철” 등의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글의 공통점은 대체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퍼뜨려 기독교를 헐뜯고 고인의 명예까지 훼손한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은 무리한 선교활동 때문에 폭탄 테러의 표적이 됐다며 없는 사실까지 유포하면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희생자들은 이들 주장처럼 ‘눈살을 찌푸리는 선교활동’ 때문에 테러를 당한 것이 아니다. 다른 외국인 여행객들과 마찬가지로 단지 성지를 여행하는 중에 현지의 불안정한 정치 및 치안 상황으로 인해 불의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한 이슬람선교 전문가는 “사고가 난 곳은 외국인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일상적인 성지여행 경로인 만큼 한국 기독교인을 겨냥한 테러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계단체, 악플 자제 촉구=주요 교계단체들은 이날 테러행위를 규탄하고 진상규명 및 처벌을 촉구하면서 네티즌들의 악플 자제를 촉구했다.

진천중앙교회가 소속된 예장 통합(총회장 김동엽 목사)은 총회장 명의의 성명서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무장 테러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네티즌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감정적 댓글로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사태를 폄훼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성지여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교우들은 해외여행 안전에 관한 정부의 지침을 준수하길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한영훈 목사)도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건은 민간 성지순례객 다수가 희생된 반인륜적 테러행위”라며 “무고한 생명을 해치는 잔인무도한 만행을 규탄한다”고 성토했다. 한국교회언론회도 논평에서 “테러로 슬픔을 당한 유족들과 교회를 향한 인터넷 등에서의 악플은 같은 민족으로서, 이웃으로서는 할 수 없는 또 다른 테러”라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종교적 대립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라는 동시에 사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경택 백상현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14.02.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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