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흔들리는 영혼, 교회가 보듬어야 한다”
 
 -뉴스 미션 한연희기자(redbean3@naver.com)

 

 

OECD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OECD 가입 국가 중 자살에 의한 사망률이 10년 연속 1위다. 인구 10만 명당 29.1명으로 OECD 평균치인 12.1명에 비해 무려 17명이 더 많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일 스위스 제네바 회의에서 한국의 자살증가율이 세계 2위로 12년간 109.4%가 증가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비단 이런 객관적인 자료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자살 소식은 우리 사회 정서가 마치 제어되지 않는 성난 기관차를 탄 것 마냥 불안하고 위태롭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9월 10일은 세계자살예방의날이다. 이날의 기회 삼아 한국의 자살 실태를 알아보고 한국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지난 4일 WHO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자살문제 보고서를 공개한 가운데, 한국이 회원국 172개곳 중 2번째로 증가율이 가파르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내놓았다.

IMF 사태 이후 급상승...점차 삶의 선택이라 생각하는 경향 강해

대한민국 자살률이 높아지기 시작한 계기를 IMF 사태로 보는 시각은 교회 안팎으로 거의 비슷하다. 다만 10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비극에 대해서 기독교 전문가들은 죽음의 문화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사람들이 죽음을 하나의 선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 죽음이고 때로 그것이 생의 선택으로 다가와 실행되고 있다는 것. 그 것이 지금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죽음을 문화다.

이와 관련해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는 “많은 사람들이 자살의 이유를 고난으로 여긴다. 즉 ‘살이 얼마나 어려우면 자살을 할까’하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고난에 겨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 고난의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죽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실제적으로 우리가 어렵다고 해도 과거 이 사회가 걸었던 고난의 질곡 보다는 덜하다. 하지만 그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낮았다. 이것의 의미는 결국 이 시대에는 죽음의 문화가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라이프호프는 “결국 자살률을 낮추는 방법은 이 죽음의 문화를 밀어내는 것이다. 그 가능성은 한국교회가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에 달려있다. 삶의 벼랑 끝에서도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할 수 있는 사고와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 재정문제로 고민하던 이웃의 자살, 가족의 자살 등 죽음의 문화는 멀 리가 아닌 바로 내 삶과 가까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적 문제다. 심지어는 사이버 공간에서 자살을 미화하고 부추기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보니 전혀 모르고 지내던 사람들이 자살이라는 목적아래 만나 한순간에 소중한 생명의 끈을 놓아 버린 사례가 부지기수다.

절대적 가치 상실...생의 목표와 의미 무의미하게 여기게

자살의 문화 뒤엔 사회문화적인 아노미 현상이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 도덕과 윤리가 땅에 떨어지고 절대적인 가치가 상실되면서 특히 젊은이들은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정체성의 혼란은 생에 분명한 목표와 의미를 무의미하게 느끼게끔 한다.

이와 함께 가정의 붕괴, 양육강식의 자본주의 구조도 죽음의 문화를 양산한다. 가정이 건강한 인격을 만들어 내는 제1차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아이들은 학대와 방치 속에서 성장한다. 결국 성인이 되어 내재되어 있는 우울과 분노가 내·외향적으로 표출되는데 외향적으로 표출될 경우 반사회적인 성향으로 나타나고 내향화될 경우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나타내 자살 등에 이르게 된다.

서호교회 노용찬 목사는 “자살의 증가는 개인의 정신적인 원인도 문제가 되지만, 가정과 사회가 너무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로 변화되면서 돌봄과 따뜻함을 지닌 사랑의 공동체, 생의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잃었기 때문이 크다”면서 “가정, 사회, 교회가 돌봄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소외된 자들과 실패자들도 함께 아우르는 참다운 사랑과 희망의 공동체가 되어야 죽음의 문화를 생명 보듬의 문화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혜원 박사(21세기교화와신학포럼)는 한국 사회 만연한 자살의 문화를 밀어내기 위해서는 영혼 돌봄을 잘 할 수 있는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곽혜원 박사는 “한국 교회의 시대적 사명은 교인들의 영혼 돌봄 시스템을 정착시킬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사적 질곡 속에서 급격한 사회 변동을 겪어 오면서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라며 “때문에 21세기 한국 개신교는 현재 한국사회의 냉소적이고 침체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영적 정신적 생명력을 부여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1세기 한국 개신교의 존립은 진정성 있는 영성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피폐된 국민들의 마음을 어떻게 치유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살공화국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한국교회는 어떤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자살 예방을 위해 한국교회가 관심 있게 참여하고 있는 NGO는 크게 생명의전화(자원봉사자가 24시간 대기하며 전화상담해주는 사회봉사운동)과 라이프호프(기독교 단체로 온라인 상담, 유가족 모임 등 실천)가 있다.

생명의전화는 이번 세계자살예방의날을 맞아 9월 19일 여의도 한강공원 계절광장을 비롯한 전국 6개 도시에서 ‘생명사랑 밤길걷기대회’를 개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게 된다.

또한 한국교회가 직접 세운 라이프호프는 이보다 앞서서 지난 8월 30일 한강 진성나루에서 서울마리나클럽까지 왕복 5㎞를 걷는 ‘생명보듬함께걷기’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역사와 프로그램은 달라도 이곳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자살은 막을 수 있으며, 영혼 치유는 기독교의 전문 영역이기에 한국교회가 반드시 나서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라이프호프가 지난달 30일 자살예방 문화캠페인 일환으로 생명보듬걷기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참가자들이 대한민국의 자살 현황을 알리는 퀴즈를 풀고 있다.ⓒ뉴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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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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