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역'방지일 목사의 삶과 신앙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박재찬 기자 입력 2014-10-10 16:31

 

“저는 녹슬기보다 닳아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현역’ 방지일(영등포교회 원로) 목사는 평소 기도하고 다짐했던 대로 살다가 천국으로 향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라고 고백한 사도 바울의 삶을 묵묵히 실천한 목회자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방 목사는 소천 나흘 전까지도 북한 선교를 위한 교계 행사에 참석해 축도를 맡았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의 제 99회 정기총회 장소에 증경 총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총대들을 격려했다. 그는 1971년 예장통합총회 제56회 총회장을 지낸 원로로 40년 넘게 교단 총회에 참석한 전직 총회장은 그가 유일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군부 독재시절을 건너 민주화와 첨단 정보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지난 100년의 한국사를 걸어온 그는 동시에 한국교회의 태동과 시련, 부흥의 역사를 온 몸으로 체험한 ‘한국교회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방 목사는 ‘복음의 씨앗’이었던 할아버지(방만준)와 목사인 아버지(방효원)에 이어 3대째 크리스천일 정도로 일제 치하 당시 보기드문 기독신앙인 집안에서 자랐다. 그는 젊었을 적부터 일찌감치 전도와 선교의 길을 닦고 나섰다. 평양장로회신학교 시절에는 평양대부흥운동의 중심지였던 장대현교회에서 전도사로 시무하며 한국교회 최초 목사 7명 중 한명인 길선주 목사와 동역했다. 신학교를 마친 뒤에는 공산권 치하의 중국 산둥성 일대에서 21년간 선교사로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추방돼 귀국한 뒤에는 서울 영등포교회에서 담임 목회를 20년 넘게 이어가면서 예장통합 총회장과 임원 등을 거쳤다.

방 목사의 사역은 은퇴 뒤에 더 왕성하게 이어졌다.

그의 하루 일과는 매일 새벽 3시부터 시작됐다.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며, 글을 썼다.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다리 근력 운동을 하며 찬송을 불렀다. 이어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 인터넷으로 해외 선교사들과 후배 목회자들이 보내온 이메일에 답장을 주고 받으며 교제하는 일을 거르지 않았다. 그가 매주 가르쳤던 ‘월요성경공부’는 1958년부터 55년 이상 이어졌고, 제자들만 2000명 넘게 교계에 포진하고 있다.

특히 방 목사는 79년 은퇴한 뒤부터 1년 가운데 절반 정도는 국내·외 집회와 세미나 등을 통해 복음 전파에 앞장섰다. 설교 요청이 들어오면 사양하지 않았고, 기고를 부탁 받으면 직접 썼다.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대로 전달하라’는 그의 목회지론에 따라 “복음을 위해서라면 힘이 남아있는 한 어디든지 달려가겠다”는 약속을 지켜낸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교회의 갱신과 하나됨을 위해 힘을 쏟았다.

2007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린 4개 장로교 연합예배에서 한국교회의 연합을 강조한 그의 설교는 아직도 회자된다. “믿음이란 투항인데, 아직도 우리는 내 주관과 경험으로 무장하고 있어요. 우리 모두가 보혜사 성령께서 인도하심으로 무장을 완전히 해제할 때 비로소 주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어요,” 내려놓고 스스로 낮아짐으로 하나가 되자고 호소한 그는 지난 7월 급기야 스스로에게 회초리를 들기도 했다. ‘한국교회와 목회자 갱신을 위한 회초리 기도대성회’를 앞두고 “나부터 회개해야 한다”며 행사 포스터를 찍으면서 바지를 걷은 채 손에 든 회초리로 자신의 종아리를 내리 친 것이다.

무엇보다 방 목사는 말씀과 기도의 균형 있는 신앙을 중시하는 목회자였다. 장로교와 감리교, 성결교와 침례교 등 교파를 가리지 않고 교계에서 방 목사를 찾는 이유는 치우침 없는 신앙과 포용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그의 제자들과 신학자들은 전한다.

“길다란 시험관과 같은 신앙은 깊이는 있으나 넓지 못합니다. 반면 대접과 같은 신앙은 폭넓게 수용하는 듯하지만 깊지 않아요. 우리 모두 깊은 것을 자랑하지 말고 넓어지도록 노력합시다. 좁고 얕다고 불평하지 말고 깊어지도록 애씁시다.” 균형과 포용이 절실한 이 때, 방 목사는 꼭 필요한 메시지를 한국 교회에 던지고 떠났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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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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