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적 

열왕기상 18장에는 엘리야가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명과 싸워 승리하는 통쾌한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그 전투에서 보여준 엘리야의 전략과 우선순위가 흥미롭다.

엘리야는 일단 적들을 갈멜산으로 모이라고 해놓고는 그들을 먼저 상대하지 않는다. 적들과 대면해 싸우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을 먼저 상대한다. 그리고는 어느 때까지 하나님과 바알 사이에서 머뭇거리며 살 거냐고 무섭게 질책한다. 무기력한 군중을 깨우는 일을 먼저 행한 것이다.

문제는 외부의 적, 무능한 바알 신에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그런 잡신에게 온통 마음이 빼앗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적은 이스라엘의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자리잡고 있다는 인식이다.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최근 미국의 시사 주간인 타임이 ‘존 F 케네디에게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그에 관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그는 현재의 미국 상황에 필요한 리더십을 소유한 지도자라는 것이다. 재임 당시 주적이었던 옛 소련과의 갈등 구도를 잘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는 적들에게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적들을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하나 되어 미국의 민주적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바깥의 적이 아무리 강해도 내부적으로 미국의 강점이 드러나면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이다. 엘리야의 인식과 맥을 같이 하는 생각이다.

지금 한국 교회가 어려운 상황이다. 외부의 공격이 거세다. 우리 크리스천을 향한 사회적인 질책도 만만치 않고, 교회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도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요즘 들어 기존 교회를 타깃으로 한 이단들의 공격도 무서운 기세다. 몰래 교회로 잠입해 와서 교회를 흔들어놓는 전략을 가진 이단까지 출현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럴 때에 엘리야를 생각한다. 그리고 내부적인 힘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국민들을 설득한 케네디를 생각한다. 지금 한국 교회는 사면초가의 위기를 만난 상황 속에서도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다투며 상처를 주고받고 있다. 그렇다. 적은 우리 안에 있다. 적전 분열하는 모습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적이다.

우리는 분쟁과 다툼을 중단해야 한다. 복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단합해 사랑과 관용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교회 안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질책과 손가락질을 멈추고 무한 용서의 본을 보여주자. 성도간의 약점을 보듬어 안자. 이것만이 위기를 만난 한국 교회가 살 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유럽에서 교회가 무기력해진 때는 막강한 힘을 가진 외부의 적 로마 제국이 교회를 핍박할 때가 아니라 교회가 내부적으로 타락했을 때였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자.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07.07.03 14:25
  • 댓글 0
저작권자 © 평양대부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