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 2022년 6월 24일.

'교회분립개척'에 대한 성경적ㆍ교회사적 평가
실재적 분립 모델 조명도…한국교회 대안 고민

 

2000년을 전후로 일부 대형교회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분립개척은 한국교회 안에 신선한 도전을 심어줬다. 이후 교회 규모를 떠나 꾸준히 이어져온 교회분립이 최근 29개 교회를 분립한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의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교회 분립이 하나의 운동으로 이어져 한국교회를 향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성경신학적・교회사적 평가와 함께 실재적 분립의 모델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6월 20일 서울 합정동 한국기독교사연구소(소장:박용규)에서 ‘교회분립개척에 대한 성경적, 교회사적 평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됐다. 총신대신대원에서 30년간 각각 신약학과 교회사를 가르치고 은퇴 후 지금은 총신대와 총신대신대원 명예교수로 있는 이한수, 박용규 두 사람이 준비한 이날 현장에는 교회 분립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실천한 이들로 북적거렸다.
 


먼저 사도행전과 바울서신에 나타난 초대교회의 교회개척 유형을 분석한 이한수 교수는 “초대교회의 교회개척 방식은 ‘개인 전도를 통한 교회 개척’과 ‘교회에 의해 공식 파송된 전도자들에 의한 교회 개척’으로 나뉜다”며 “특정한 교회가 공식 결정을 통해 일정한 수의 자체 성도들을 떼어 다른 지역에 보내 신생교회를 개척하게 하는, 교회분립개척의 형태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유행하는 교회분립 개척 유형에 대한 평가는 교회 현장의 문제를 성경 본문에 비춰 이해하고 평가하는 해석학적 작업이 필요함을 덧붙였다. 그는 “복음을 선포하는 시대상황은 계속 바뀔 수밖에 없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초대교회가 처한 상황과는 너무도 다른 시대, 문화적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면서 “복음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해야 하는지에 관한 적절한 전략과 선교방법, 그리고 교회개척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각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즉 현대 한국교회 중에서 유행하는 교회분립개척 유형은 복음진리의 규범성에 속한 문제라기보다 변화된 현대사회의 상황에 발맞춰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 이 교수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교회의 인적・재정적 역량을 활용해 분립 교회의 목회자를 선정하고 따라갈 성도들을 모집・파송하며, 일정 기간 자립할 때까지 목회자 생활비, 비용 등을 지원하는 것은 교회개척이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현대 한국사회의 상황을 고려한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교회분립 개척을 추진할 때 예측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지닌 장점을 극대화할 방안을 연구 검토하는 과정이 필수적임을 당부했다.

이어 교회분립개척을 한국교회사적 시각으로 바라본 박용규 교수는 “교회 분립이 최근의 현상은 아니”라면서 “선교 초기 한국교회, 특별히 평양지역의 교회들은 처음부터 분립개척을 교회의 중요한 사명으로 여기고 실천했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평양에 가장 먼저 세워진 장대현교회는 설립 4년 만인 1897년 교회 분립을 시작해 1909년 11번째 교회 분립을 실행했다. 특별히 1903년부터 1909년 사이에 교회분립개척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는데 이 기간은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으로 대표되는 한국교회 부흥기였다. 부흥기에 장대현교회는 집중적으로 분립개척을 시도한 것이고, 장대현교회에서 분립된 평양 시내 교회들 또한 모교회 전통을 따라 분립개척을 실천했다. 주변에 위치한 교회들에도 선순환이 일어난 결과, 자연스럽게 교회분립을 통한 지역 복음화가 이뤄졌다. 박 교수는 “당시 장대현교회는 거듭된 분립 후에도 교세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에서 가장 큰 교세를 가진 교회로 성장했다. 오히려 건강한 성장을 촉진하는 촉매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장대현교회의 분립 패턴의 특징으로 △처음부터 교회분립을 실천에 옮기는 목회철학을 세우고 실천 △기도처나 전도처를 만들어 신앙공동체가 되어 지역의 교회로 발전 △철저하게 지역을 할당하고 그 지역의 교우들이 함께 세워가는 형식 △특정 인원수 기준이 아니라, 다양한 교인이 참여하는 다양한 규모의 교회분립 △교회 교역자들과 평신도 지도자들, 교인들이 함께 교회를 분립해 개척 △교회 분립 후 다시 성장 발전하면 다른 교회를 분립개척하는 지속적인 순환 등을 꼽았다. 그는 “당시 선교사들에게 교회는 소유의 개념이 아닌 복음전도의 개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들 때도 건축이 아닌 분립을 우선 시 했던 것”이라며 “선교 초기 교회들이 했던 방법에 귀를 기울여 보고 현대적 변화의 움직임 속에서 구현해 나간다면 위기 갱신의 좋은 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평가에 이어 실제 교회분립개척을 실행한 목회자들의 사례를 통해 현실과 과제를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다. 초창기 한국교회 분립의 사례와 가장 근접한 모델로 평가받는 안산동산교회 김인중 원로목사는 “한 교회가 도시 전체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불어 함께하는 교회를 만들어갈 대 상생이라는 건강한 풍토가 조성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교회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곳이 아니라 훈련시켜 파송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안산동산교회는 개척 20주년인 1999년 시화동산교회 분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7교회를 분립개척했다. 분립한 교회들 역시 처음부터 재분립을 목표로 힘써 많게는 5교회를 분립한 교회가 있을 정도로, 이들 교회는 모두 분립 후 안정과 성장을 통해 다시 분립하는 장대현교회와 유사한 선순환을 이뤄가고 있다. 한편 개척 후 32년간 담임하던 교회를 떠나 직접 분립교회의 담임자로 나선 최상태 목사(흩어진화평교회)는 “시대속에서 그루터기같은 모델을 남기고 싶었다”며 “못자리판이 옮겨져 심겨야 진정한 이식인 만큼 담임목사가 나서는 게 더 역동적이고 효율성을 높이며 지속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성도들 역시 잘 훈련해 제대로 된 교회를 세워야 함을 강조하며, 단순히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 아닌 관계 중심적 분립개척이 이뤄져야 함을 조언했다.

글. 사진 - 정원희 기자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원본링크] - http://www.kidok.com/news/articleView.html?idxno=215966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22.06.28 14:52
  • 수정 2022.06.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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