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 40인 “저희부터 무릎꿇고 참회합니다”… 목사안수 100주년 맞아 각성운동




1907년 9월17일 오후 7시30분. 평양 장대현교회 예배당에 모인 서경조 한석진 송인서 양전백 방기창 이기풍 길선주 등 신학교 졸업생 7명은 무릎을 꿇고, 하나님의 종이 되기로 서약했다. 한국 최초의 장로교 목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전국에 흩어져 그해 1월 장대현교회를 시작으로 들불처럼 번졌던 한국교회 대부흥 운동의 불씨를 이어갔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2007년. '목사안수 10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이지만,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평양대부흥 100주년 행사'에 묻혀버린 탓이다.

◇"우리부터 참회합시다"=6일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 "목사가 더 이상 질책과 비난의 대상이 아닌,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민족 전체를 살리는 의인 10명의 자리에 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올해 71세의 서울 수송교회 홍성현 원로목사는 손에 쥔 문서를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은퇴한 원로 목사들과 중·장년층의 목회자 40여명이 숙연한 표정으로 홍 목사의 발언에 귀기울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목사부터 무릎꿇기 위해서'다. 7명으로 출발한 한국 교회의 목회자는 10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의 현실은 밝지만은 않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말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3대 종교 성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성직자들은 '종교계의 개선과제'로 성장주의(25%), 종교적 배타성(17.8%), 종교단체의 부정부패(12.3%), 지도자 도덕성(11.6%) 등을 꼽았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이후 매스컴과 인터넷 등에서 교회를 향해 연일 쏟아지는 뼈있는 비판들도 목회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 '왕고참' 목사들이 먼저 일어났다. 홍 목사를 포함해 연동교회 김형태, 안동교회 유경재 원로목사 등 5명의 은퇴목사들이 선두에 섰다. 유 목사는 "이 모든 것은 모두 목사들의 잘못이고, 우리가 먼저 진정으로 참회해야 한다"면서 "목사안수 100주년을 계기로 한국 초기교회 신앙의 선배들이 지녔던 순전한 신앙의 열정을 되찾자"고 호소했다.

◇목사참회백서 발간 추진=모임측은 '(가칭)목사참회백서'의 발간을 추진중이다. 지난 1세기 동안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활동하면서 교계 안팎에서 제기된 신학적 갈등을 비롯해 교단·교파 분열, 윤리·도덕적으로 제기된 사안들도 담길 전망이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총무인 임광빈 목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준비위원 8명이 이미 선정된 상태다. 홍 목사는 백서 발간에 대해 "한국교회의 향후 100년을 위해 반드시 해야할 숙제"라고 말했다.

원로 목사들은 다음달 3일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목사안수 100주년 기념식을 겸한 '참회기도회'를 갖는다. 현재는 회원이 예장통합 소속 목사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타교단 소속 목사들의 기도회 동참을 기대하고 있다. 모임측은 기도회를 시작으로 초교파 목회자 갱신운동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07.08.0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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