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년 09월 20일/알렌의 입국

돌이켜 보면 한국 선교는 여러가지 면에서 하나님의 섭리 속에 진행되었다. 한국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 알렌이 1884년 9월 20일 한국에 입국하여 한국 선교의 문을 열었던 것도 역시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다. 중국에서 선교하던 알렌이 한국선교를 결심하고 본국 북장로교 선교부에 허락을 요청하자, 마침 본국 선교부 직원 엘링우드의 노력으로 북장로교에서는 한국 선교  후보생을 물색하던 중이었다. 때문에 알렌의 한국입국 요청은 쉽게 받아들여졌다.

알렌이 한국에 입국한 것은 선교사로서의 자격이 아니라 한국 주재 공관의 자격으로 입국한 것이다. 그가 입국하던 그해 12월 4일 많은 수구파의 지도자들이 개화파의 자객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중상을 입었던 갑신정변이 일어났다. 민비의 조카이자 수구파의 지도자였던 민영익도 갑신정변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생명이 위독했다. 이때 동서양의 의술을 통해 성공적으로 치료해준 사람이 바로 알렌 선교사였다. 당국 고문으로 와있던 독일의 물렌도르프는 민영익을 급히 자기 집으로 들이고, 공관에 알렌의 방진을 요청했던 것이다. 알렌은 자신의 회고록 Things Korea에서 그때처럼 간절히 기도한 적이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 사건은 한국의 복음의 장을 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세브란스 병원의 초석이 된 광혜원을 설립하게 되었다. 광혜원이 개설되기 5일전인 1885년 4월 5일에 입국한 언더우드는 이곳에서 화학을 가리치며 선교의 거점으로 삼았고 6월에 입국한 스크랜턴 그리고 그 이듬해 입국한 알러스선교사 모두 광혜원을 선교거점으로 삼아 한국선교를 시작했다.

알렌의 보고에 의하면 광혜원이 개설되고 첫 1년동안 치료받은 사람이 20529명이나 되었다. 그 결과 이 광혜원은 한편으로는 왕실과 민중의 지지를 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다른 한편으로는 언더우드와 스크랜톤을 비롯 그후에 입국하는 서양선교사들에게 선교의 거점을 마련해줌으로써 한국개신교 선교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되었다. 지극히 세상적인 사건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한국 선교의 장을 여는 도구로 사용하셨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께서 역사에 개입하신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박용규 교수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