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곳 도무지 없소"

고난 속에서 이와 같은 기독교세의 놀라운 증가는 한국 선교지의 밝은 미래를 말해 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미 1904년 2월, 한국에서 활동하는 북장로교 선교회는 코리아 필드(The Korea Field)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본국의 교회와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한국 선교를 호소했다:

한국은 무르익은 황금 뜰이다. ······이 나라 어디에서나 복음 전파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사라졌으며 이미 우리가 그 모든 장애물을 정복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더 많은 사역자들을 필요로 한다. 필요한 사역에 대한 지원이 사역의 증가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기혼 및 미혼 목사와 미혼 여자 선교사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오늘 아침 더 많은 사역자들을 위해 기도회를 가졌다. ······선교지 한국에 와서 우리를 도우라.

이들은 “지금 아니면 결코”(now or never)라는 구호를 외치며, 지금 돕지 않으면 영원히 도울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 선교를 호소하였다. 평양 지역은 어느 지역보다도 더 긴급하고 간절했다. 이것은 10년 전, 아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한국의 동료 선교사들, 미국의 동료 그리스도인들, 심지어 한국인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회를 맞고 있으며 이것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특권이었다. 존 무어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바로 지금 한국 선교지는 세계 어느 다른 선교지보다도 더 중요하고 전략적인 시기를 맞고 있다. 옛 것은 지나고 모든 것이 새 것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역에 필요한 적절한 인적 지원, 학교와 교회에 대한 물적 지원이 병행된다면 새로운 것은 기독교적인 것들이 될 것이고 한국인들은 기독교 백성이 될 것이다. 그런 후 백성이 스스로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한국에서 사역하고 있던 선교사들은 한국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한국의 현 시대적 상황이 결코 복음 진전에 장애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역사와 현재의 상황과 선교의 놀라운 진보는 한국 선교의 미래가 희망적임을 말해 준다고 믿었다.
이와 같은 현실이 오히려 민족복음화를 앞당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1905년은 한국 교회가 가장 위기에 직면한 때였지만 한국 교회에는 대단한 정치적 위기 속에서도 영적 갱생의 움직임이 뚜렷이 감지되고 있었다. 1905년 6월 케이블은 한 해를 돌아보면서 “지난해는 한국의 선교 사역의 전 역사에 있어서 가장 주목할 만한 한 해였다. 그리스도 교회의 진보는 놀라웠다”고 보고하였다. 그것은 장감을 초월해 모든 선교지마다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하나의 특징이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웰스(J. Hunter Wells)가 지적한 것처럼 특별히 한국의 북부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정치적인 위기 가운데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영적 분위기를 감지한 이들은 이 위기야말로 민족복음화를 위한 거룩한 기회이며, 이 나라를 위기 가운데서 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사실 이 나라의 기독교 사역자들에게 황금의 기회다. 총체적인 불안과 그들이 의지할 무엇인가에 대한 결핍은 백성들을 선교사들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로 돌아서도록 만들어 주고 있으며, 그들은 마치 우리가 그들이 신뢰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의 마지막 시골 방문에서 나는 자주 “의지할 곳 도무지 없소”라는 표현을 들었다. ······결국 이것은 이 백성들이 하나님을 생각하도록 가르치시고 그들을 구원할 수 있는 이를 그들이 신뢰하도록 하시려는 하나님의 방식일지 모른다.

모든 상황이 복음의 방해 요인으로보다는 복음 전파를 촉진시키는 중요한 요인들로 작용하고 있었다. 최근 이 나라에서는 확실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이 분명하다. 말씀에 대한 사모함, 진리에 대해 배우려는 열정,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선포하려는 진지한 노력은 어느 곳에서나 감지되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이었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위기적 상황이 오히려 복음의 진보를 가져 온 것이다. “백성이 부서지고 상처투성이의 심령이 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죽어야 새로운 생명, 실제적인 각성이 태동되는 것이며, 나는 나의 심령의 깊은 곳으로부터 한국인들이 자신들이야말로 고려할 가치가 있는 이 땅의 백성이라는 사실을 보여 줄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
1906년 1월 무즈는 “대각성운동”이라는 글에서 “나는 말씀에 굶주린 이들과 매일 2번에서 4번의 집회를 여는 것이 전혀 문제가 없음을 발견했으며, 비록 예배가 오랫동안 계속되어도 그들은 지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이와 같은 한국인들의 복음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은 하나님께서 이 민족에게 부흥의 역사를 가져다주실 긍정적인 신호라고 여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내게는 현금의 한국 문제에 있어서 가장 의미심장한 사실이 백성의 타락(degradation)도, 독특한 정치적 상태도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이 나라가 복음 전파, 교육, 의료, 그리고 산업 분야와 나란히 효과적인 선교 사역에 보이고 있는 거의 비할 바 없는 기회이다. 이 기회는 다음 부분들, 첫째, 한국인들이 복음에 대해 보이는 비상한 환대, 둘째, 영적 진리에 대한 한국인들의 통찰력, 셋째, 그들 자신이 회심한 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복음 전파의 효율성, 넷째, 온갖 종류의 지식과 발전을 위한 그들의 진지함으로 구성된다. 선교사들의 선교 노력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와 같은 반응은 현재의 상태보다 오히려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더 진실된 징후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 나라에서 과거에는 없었던 우리의 노력의 결실들을 목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요즈음이다.” 그리고 복음에 대한 한국인들의 전에 없는 놀라운 반응은 이 민족의 암울한 정치적, 경제적 현실을 넘어 이 민족에게 정치와 경제가 줄 수 없는 참된 소망과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본다. 암담한 정치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에 대해 보이는 한국인들의 반응은 한국 정부의 실패보다 더 예언자다운(more prophetic) 모습”이었다.
왓슨은 이 민족에게 복음이 널리 확산되면 될수록 이 민족 가운데 정의감이 더욱 확산될 것이고, 그와 같은 정의감의 확산은 이 민족의 특성을 과거보다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줄 것이며, 그리고 그와 같은 민족적인 특성의 성장은 곧 이 나라의 정치적 현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았다.

의는 민족을 고양시킬 것이고 그리스도의 복음은 능력이 있어 어떤 백성이라도 의롭게 만들 수 있다. 한국 공직자들이 죽음에 처한 이 나라로 인해 절망하고 있는 동안 이 나라의 희망의 별이 기독교회들과 기독교 학교의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진실로 선교지는 베어야 할 만큼 희어졌다. 새로 온 선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선교지를 준비하기 위해 오랫동안 수고한 개척 선교사들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하며, 거두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은 것에 대해 추수의 주님께(to the Lord of the harvest) 감사한다.

이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위기야말로 이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라고 이해한 것은 이 민족이 보여 주고 있는 복음에 대한 반응과 복음을 받아들인 이들의 헌신에서 알 수 있다. 노블의 말대로 한국인들이 오늘날 교회 건축과 목사 사례와 학교 건물의 신축에 헌신하는 태도는 미국 성도들과 비교할 때도 결코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미국 성도들이 대단한 헌금을 하고 주의 일에 헌신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 2달러의 임금을 받는 펜실베이니아와 뉴욕의 사람들과 고작 하루 25센트의 임금을 받는 이들을 비교할 때 한국인들의 헌신은 그야말로 대단한 것이었다.
한국이 쇠미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한국 교회가 보여 주는 이와 같은 자립과 헌신은 이 나라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민족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 한국의 선교사들은 민족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평가하는 경향을 단호하게 거부하였다. 그들이 볼 때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두 개의 큰 필요 요건-순종과 자존감-을” 터득했으며, “그것은 기독교회의 특성이 수적 증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본과의 을사조약 체결을 통해 한국 민족이 암울했던 시기에 한국에 도착한 페인(Miss J. O. Paine)은 사역을 시작하면서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 그것은 암울한 정치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복음에 대한 반응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케이블은 한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성장을 목도하고는 “어디서나 성장”(expansion everywhere)이라며 그 같은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께 이렇게 감사했다.“지난해는 시련과 슬픔의 한 해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 기쁨의 한 해였고, 우상을 버리고 그리스도에게로 돌아선 사람들 때문에 기쁨의 한 해였으며, 조국의 상실로 인한 시련과 슬픔의 한 해였다. 우리는 또한 그분의 지난 모든 축복과 한국에서 그분을 위해 사역할 수 있는 특권에 대해 감사한다.”

- 박용규, 평양대부흥, 일본의 대한침략정책과 민족의 수난 중에서 발췌 -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07.11.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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