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현 칼럼] 좋은 포도를 맺으려면


어느 시인은 창문을 여니 거기에 눈부신 오월이 있었다고 했다.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오월의 바람에는 숲의 향기가 있고, 대지의 포근함이 배어 있다. 천지 사방을 돌아보아도 오월의 얼굴에는 그늘짐이나 냉기가 없으며, 그 혈관은 생명과 소망으로 맥박치고 있다. 이러한 오월의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가정과 닮아 있다.

그러나 오늘날 가정의 현주소는 실로 참담하다.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집단 성폭력'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얼굴의 단면일 뿐이다. 실패학에는 한 가지의 결정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까지는 300건의 유사한 사건들이 수면 하에 존재하고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를 경악시킨 초등학생 집단 성폭력 사건의 이면에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지 이미 수십, 수백 건의 유사한 일들이 어디선가 일어났으며,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의미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미 이러한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가정의 회복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에 공감대을 가지면서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움과 경험적인 무력감에 손을 놓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앙적으로 건강한 아버지 상을 회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한 언론인은 30년이 넘도록 사건 사고를 접하면서 불행한 뉴스를 옆에서 보면 거기에는 아버지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었고, 특히 아버지의 부재가 결정적인 원인이었음을 알고 놀랐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크게 공감이 되는 말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동성애자들의 경우,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친밀한 스킨십을 경험하지 못하고, 아버지로부터 축복의 말을 듣지 못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보고가 있다.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필자 역시 아직까지 부모가 자식을 안고 축복하는 가정에서 나중에 이런 일로 고통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기회가 닿는 대로 자녀를 품에 안고 축복하는 기도를 하라. 영적으로 둔한 자식이라도 아버지로부터의 축복을 얼마나 원하는지는 창세기에서 야곱에게 아버지 이삭의 축복을 빼앗긴 에서가 대성통곡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아버지는 자녀가 거룩한 상처를 견디고 일어설 수 있도록 자녀에게 신앙적인 매를 들 수도 있어야 한다. 자녀가 실패하고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해서 금지옥엽으로 키우는 것은 자녀로부터 현대판 고려장을 당하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필자는 어릴 때에 부친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이후에 나를 붙들고 세우는 뼈대가 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필자가 잘못하고 부족할 때에 부친은 이사야 5장 2절 말씀으로 내게 거룩한 상처를 주었다. "내가 너에게 좋은 포도 맺기를 바랐더니 들포도를 맺었도다" 그 후에 삶에서 문제에 부딪힐 때에 이 말씀을 기억하고 "하나님 아버지, 제가 부족하지만 들포도 인생이 되지 말게 하시고, 극상품 포도가 되도록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 기도하면서 자신을 추슬렀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우리의 자녀들이 들포도가 아니라 좋은 포도를 맺기를 바란다면, 할 수 있는 대로 자녀를 품에 안고 축복하라. 아무쪼록 예수를 주(主)로 고백하는 가정마다 신앙적인 건강한 아버지상을 회복함으로 믿음의 자녀들이 이 시대를 변화시키는 극상품 포도로 맺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08.05.0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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