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인을 위한 복음'-곽선희 목사

정인교 교수 설교비평② '지성인을 위한 복음'(곽선희 목사)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7월 18일자 게재 내용


       곽선희 소망교회 원로목사
필자는 독일에서 유학할 때 학비를 벌기 위해 석면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유럽에서 넘어온 사람들이었고 내가 하는 일도 그리 전문적인 소양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모두가 아마추어였고 아마추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필자가 일했던 파트를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는 달랐다. 그는 아마추어로서는 감히 어찌할 수 없는 문제들을 척척 해결하는 전문가였다. 그에게 붙여진 명칭은 ‘마이스터’(Meister)였는데 ‘장인’(匠人) ‘거장’(巨匠) ‘명인’(名人) ‘대가’ 그런 의미이다.

한 분야에 정통한 대가의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실로 기분 좋은 일이다. 곽선희! 그를 떠올릴 때 ‘설교의 마이스터’ 라고 지칭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민경배가 설교자 곽선희 목사를 일컬어 ‘이 시대가 낳은 가장 훌륭한 설교자' ‘이 시대의 설교와 그 신학의 명쾌한 지도가 그에게서 작성됨’ 이라고 극찬한 것이나 김홍기가 ‘한국 교회 사상 이렇게 깊이 있는 신학적 통찰력을 가지고 설교한 설교가들이 드물다’고 평가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그를 마이스터라 부르는 것이 그리 근거없는 일방적 찬사는 아니리라.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곽 목사가 한국 사회에서 ‘성공의 상징’처럼 각인되는 강남의 압구정동에서 설교 하나로 대형교회를 일구었다는 사실이다. 이걸 보면 차정식이 곽 목사의 설교를 ‘복음과 교양이 만나는 방정식’으로 표현한 것처럼 그의 설교는 도시 지식층을 대상으로 한 설교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지식층들의 완고한(?) 마음을 파고들 수 있었던 설교의 비밀은 무엇일까?

필자는 강의실에서 미래 설교자들을 교육할 때마다 건실한 신학과 사상적 바탕의 확립 그리고 개인적 경건의 삶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설교라는 것이 결국 설교자가 지닌 내면의 눈, 그가 도달한 신앙적 경건의 상태를 통해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곽선희는 칼빈주의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장로교회의 목사이지만 신학적인 면에서 색다른 면이 있다. 가령 예수 이해에서 전통적인 역사적 종말론적 기독론을 받아들이면서도 ‘지금 여기서 살아 우리와 함께 하시는 현존적 실존적 그리스도’를 강조한다든지, 은사 중심의 성령보다는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인격과 성품을 닮아 가는 데 있어서의 성령의 사역을 강조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체험 역시 방언이나 예언 신유 같은 ‘은사적 체험’이 아닌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나’를 기능케 하는 인격적, 변화적 체험이다. 성경 이해 역시 지금 여기에 초점을 맞춘 실존적인 해석을 중시한다. 특히 곽 목사는 바르트식의 ‘하나님의 은총을 입은 인간’을 바탕으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의 설교의 핵심 역시 바로 인간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그의 신학은 실존적, 지성적 차원에 가까우며 칼빈주의적 전통위에 서 있으면서도 ‘변화된 세계와 인간’속으로 복음이 파종되기 위해 필요한 ‘가능한 확장’을 모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복음적 융통성’이 곽 목사의 신학적 독특성이며 그의 설교가 흘러나오는 수로(水路)이다. 철로와 철로 사이에 수축과 팽창에 대비한 간격을 둘 때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듯 완전한 복음이 불완전한 인간에게 주어지기 위해서도 이러한 ‘신학적 여유분’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신학을 바탕으로 곽 목사는 대학교수직을 마다한 채 설교로 승부하려는 설교를 향한 결단으로 대도시의 한복판에 섰다.곽 목사의 목회를 결정짓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설교였고 40여년의 목회를 오직 설교만 하였다고 고백하리만치 설교에 목숨을 걸었다. 그가 목회사역의 다른 부분들을 제쳐놓고 설교에 집중한 것은 설교가 칼 바르트가 말하는 ‘파입’(in breaking) 즉, 말씀이 우리 마음을 때려 부수고 들어와 그 앞에 무릎을 꿇게 하는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확실히 곽 목사는 설교의 거인이다. 그는 평생 설교자로서의 명성을 쌓아온 인물일 뿐 아니라 여러 대학에 출강하여 젊은 설교자들을 육성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가 후진들에게 강조한 내용은 이상적, 이론적 측면이 없지 않으나 기실 그것은 자신이 고민하고 실천하려 했던 교범이기도 했다. 곽 목사는 신앙적 인격을 갖춘 설교자, 영적 권위에 의한 자연스러운 카리스마, 교회성장 지향의 설교자, 탁월한 언어적 능력의 설교자, 그리고 청중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해서 청중들이 받아들이도록 호소하는 설교자를 강조한다. 사실 이런 조건들은 곽 목사가 아니더라도 모든 설교학 교과서가 강조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설교자로서의 곽선희는 그 어느 설교자들보다 이런 조건들에 매우 근접한 인물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의 설교를 분석해 보면 ‘복음에 비추어 자기를 성찰하고 그리스도인의 실존적 의미를 추구하게 하는 설교’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설교에서 드러나는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그의 설교에서는 죄에 대한 질책이나 회개에 대한 강조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난다. 그는 노골적인 도전보다는‘회개의 교양화’를 시도함으로 지식인들의 자발적 개방을 유도한다. 곽 목사의 설교에서는 성공 지향적 내용이 상당 부분 배제되어 있는 대신 소망교회 성도들의 실정을 감안 한 듯, 성공 이후의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대도시 상류계층의 문화적 교양적 그리스도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방법으로 곽목사는 성경 외에 사회학적, 심리학적인 접근 및 다른 학문 분야의 전문 용어와 내용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또 오늘날의 자연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대상에 비춘 성경해석을 시도하므로, 청중의 이성과 지성을 자극하는 한편 이를 통해 현시대적 상황 속에서 인간과 하나님을 ‘이성적’으로 조화시키려고 시도한다. 이런 방법은 어떻게 현대 교양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곽선희 목사는 설교에 있어서 성경말씀과 상황의 접촉점을 포착하는데 뛰어나다. 그는 자신이 파악한 설교의 핵심 주제와 청중들의 삶과의 접맥이 수준 있는 다양한 보조자료들을 동원해 청중들을 설득함으로 그들의 공감대를 획득하고자 노력한다. 그는 전하려는 한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다. 즉 전하려는 한 가지 주제를 다양한 자료들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주제의 부각을 추구한다.

곽 목사의 설교가 가진 장점을 요약하면 청중의 수준에 맞추는 설교(교양적 문화도시인에 초점을 맞춘 진행), 다양한 보조 자료를 통한 들을 거리가 있는 설교, 청중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설득적 접근, 화려한 수사적 기법과 강단을 장악하는 설교 매너, 설교내용에 대한 완벽한 소화와 암기, 그리고 매력적인 설교제목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곽목사에게도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그의 설교를 들으면 귀는 즐거운데 영적 갈급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아마도 이것은 진정한 메시지가 성경의 깊이 보다는 들을만한 어떤 보조 자료로부터 나오기 때문일 수 있다. 또 탁월한 언변에도 불구하고 곽 목사의 설교는 고정적인 음조와 억양이라는 기계적 고정성을 갖고 있다. 지나친 잔가지 위주의 설교 도입부와 상대적으로 빈약한 본문 취급도 약점 가운데 하나이다.

곽선희 목사는 우리시대의 전형적인 도시 목회의 성공적인 목사로서 한국교회의 대표적 설교자이다. 정 성구 교수가 잘 지적한 것처럼 곽선희 목사는 이른바 도시목회의 성공적인 목회자로서 후학들에게는 성공적인 목회와 설교가로서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 21세기 정보화 전문화의 시대에 평신도들의 지적인 수준이 높아져가고, 많은 젊은이들과 지성인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현실에서 곽선희 목사와 같은 설교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정인교(한국설교학회장, 서울신대 설교학 교수)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10.07.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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