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관계악화의 원인인가?

구 선교사 체포 이유, 외교부는 더 이상 숨기지 마라

사진출처: 위키백과

 -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미션라이프] 한국 정부와 리비아간 갈등이 한국교회와 선교 쪽으로 엉뚱하게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 23일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된 한국인 선교사 구모 씨의 체포와 구금이 양국 관계를 위협하는 원인으로 왜곡되어 나타나고 있다. 선교계 관계자들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선교사라고 알려진 체포자는 구 선교사라고 26일 외교통상부가 확인했다).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한 인터넷 뉴스는 아예 “한국인 선교사의 불법선교에 격노한 리비아 정부가 주한국대표부를 철수시키고 성사 직전의 건설계약 협상을 중단하는가 하면 현지 진출 한국기업들에 대한 뒷조사에 착수하는 등 대대적 보복조치에 나섰다”고 호도했다.

이는 명백한 왜곡으로 고 목사 때문에 리비아 정부가 격노한 것이 아니라 한국과 리비아간에 진행돼왔던 모호한 이상기류 속에 불거져나온 피해 사례일 뿐이다.

지금까지 본보가 파악한 사실은 구 선교사는 A단체 소속 사역자로 8년째 현지서 언어를 공부하던 유학생이었다. 그가 속한 단체는 이른바 ‘공격적’ 선교와는 거리가 먼 단체이며 구 선교사는 중동 아랍 선교 환경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선교가 금지된 리비아에서 무턱대고 성경을 전달하거나 거리전도식으로 물의를 일으켜 체포된 것이 아니다. 통상 이슬람 지역에서서 이런 식으로 선교활동을 하게 되면 체포보다는 추방 조치를 당한다. 해당 국가 보안당국도 ‘추방’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대신 비자 연장 거부 또는 기타 다른 이유로 재입국을 불허한다.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인가. 지난 24일 나온 언론보도를 따라가보자. 주된 내용은 구 목사 체포로 인한 한국과 리비아간 관계 악화가 아니라 한국과 리비아의 이상 기류가 먼저 존재했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는 23일 주한 리비아 대표부가 지난달 24일부터 비자 발급을 비롯한 영사 업무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리비아 대표 직원 3명은 2주 전 모두 귀국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리비아 대표부 업무 중단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영사 업무가 중단되자 리비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인력 확보에 불편을 겪고 있으며 1000여명에 달하는 교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구 선교사 체포 소식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나왔다. 리비아에서 체류 중이던 한국인 선교사가 리비아 보안당국에 체포돼 억류상태라는 것이다.

리비아 대표부 폐쇄나 구 선교사 체포 배경을 놓고 외교부 주변에서는 한국과 리비아 간에 진행되는 모종의 사업이 차질을 빚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구 선교사는 외교 문제 속에서 불거져나온 ‘희생양’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문제는 선교사 구속이 지난달에 벌어졌고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의혹만 난무한다는 점이다. 외교부도 소식통을 이용해 체포됐다는 말만 반복한 채 구 선교사의 체포 사실을 알게 된 이유나 구속 이유, 신상에 대한 어떤 정보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 달이나 지난 뒤에야 언론에 알려진 이유나 리비아 대표부가 업무를 중단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여전히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선교계 관계자들은 구 선교사 신변에 대한 정보와 함께 한국과 리비아 정부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상 기류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관계자는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가 지난달 사무실을 폐쇄한 것을 비롯해 주한 리비아 대표부 직원의 출국, 영사 업무 중단 등에 따른 분명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며 “더구나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지난 6∼13일까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것도 먼저 설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리비아는 수니파가 97%를 차지하는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국가 단위에서 이슬람을 전해야 한다고 믿는 이슬람 강성 국가다. 리비아는 종교법을 통해 타종교 선교를 금지하고 있으며 외국인 목사 등의 출입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최근 종교법 위반과 관련 리비아에서는 외국인들이 선교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사례가 있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아프리카 가나 출신 선교사가 기독교 전파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9년형을 살고 지난해 출소한 일이 있다. 또 리비아 현지인이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3개월 안팎의 실형을 선고 받아 석방된 경우가 지난해 있었다. 게다가 시아파 무슬림도 해당 교리를 전하다 종교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는 보고도 있다. 외국인 교사가 현지인 자녀에게 성적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국, 구금당한 사례도 있었다.

미국 행정부가 2009년 발행한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리비아는 수니파가 아닌 기타 무슬림도 외국인으로 분류될 정도로 강한 수니파 중심 사회다. 아랍에미리트나 요르단, 이집트, 레바논, 시리아 등에는 현지 무슬림과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리비아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 사회다. 또 모든 문서는 아랍어 하나로만 통용된다. 리비아는 자국민 우선주의가 강한 이슬람 국가다.

하지만 리비아가 기독교의 종교활동 자체를 금하는 것은 아니다. 포교행위만 금지할 뿐 종교행위에 대해서는 허용하고 있다. 이는 리비아에 외국인 교회들을 도시별로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리비아 내 한국인들이 리비아 현지인을 대상으로 선교했던 경우는 없었다는 게 현지 소식통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같은 점에서 구 선교사의 체포 소식은 기존의 종교적 위반 사례와는 크게 벗어나 있다. 단순히 종교적 문제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 중동 선교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종교적 문제와는 다른 사안이 리비아 현지인의 심기를 건드려 촉발된 문제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의견이다.

이제 한국 정부와 리비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국가간 문제를 선교사 체포 사건으로 무마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 한정국 사무총장은 ‘악의적’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10.07.2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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