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들이여, 자살예방 사역 단체를 활용하라


뉴스미션 특별취재팀
누군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세계1위를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자살에 대한 사회적 대책은 물론, 사회적 안전망도 없고, 여전히 사람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절망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평을 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자살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저출산 문제는 대책이 하나둘 마련돼 시행되고 있지만. 자살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실과 개인적 고통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한국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본지는 이에 2010년을 마감하기에 앞서서 한국교회를 향해 작은 그러나 의미있는 목소리를 내고자 기획특집 ‘자살률 세계1위 대한민국 속에서의 한국교회’를 마련했다.

한국사회에서 일반인은 물론 크리스천의 자살률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자살예방 관련 단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교계에서 자살예방 사역을 하고 있는 단체 및 전문가들은 한국교회의 자살예방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목회자ㆍ평신도ㆍ소그룹’을 제시했다.

자살에 대한 관심 부족 ‘심각’

자살예방 사역을 하고 있는 교계 단체 및 전문가들은 ‘자살이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데 비해, 자살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턱없이 부족함’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자살예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은 “크리스천의 자살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도, 교회는 자살예방을 위한 노력에 여전히 소극적”이라며 “관심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목회사회학연구소 조성돈 교수는 “지난 8월 목회사회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제1회 자살예방학교’를 준비하면서 교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자살’이라는 주제가 한국교회에서 터부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회 각 분야에서 자살예방사업을 하고 있는데, 굳이 교회까지 나서서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목회자들이 의외로 많다”며 “목회자들이 자살에 대한 관심은 있는데, 목회 차원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목회자의 인식부터 변화돼야

이에 자살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 및 관련 단체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위해서는 목회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성돈 교수는 “자살에 대한 설교를 자주 할 수는 없겠지만, 자살은 그 어떤 주제보다 교회가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알려야 할 것”이라며 자살을 교회의 중요한 과제로 삼고 이를 목회에 적극적으로 적용해 갈 것을 목회자들에게 주문했다.

하상훈 원장도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신학적으로, 성서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며 “자살은 당사자뿐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에게 큰 고통이므로, 사회공동체적인 문제임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생명의전화는 한기총, NCCK와 함께 매년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즈음해 진행하는 생명사랑 캠페인을 통해 생명사랑과 자살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설교운동을 펼치고 있다.

하 원장은 “크리스천은 자살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들을 담은 설교 자료를 우편 및 팩스로 개 교회에 발송하고 있다”며 “관심을 갖고 동참하려는 목회자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7년부터 지역교회 및 기독교단체와 협력해 자살예방학교를 운영해 오고 있는 경기도 광역정신보건센터의 김미숙 팀장은 “자살예방학교를 열 때마다 목회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된다”며 “목회자가 자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교회 전체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목사님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평신도 리더와 소그룹을 활용하자

평신도 리더 및 소그룹의 활용도 자살예방을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던 한 주부가 구역장의 꾸준한 심방으로 자살 충동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면서 “교회 소그룹과 관련해 실시한 통계조사 결과, 교회 내 소그룹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일수록 외로움이나 우울증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회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통해 서로를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상훈 원장은 “교회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소그룹에서 자살이라는 주제를 비중 있게 다룸으로써, 자살 징후가 있는 사람을 사전에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정 교수와 의견을 같이했다.

평신도 리더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 김미숙 팀장은 “구역장 또는 소그룹 리더들을 대상으로 자살시도자 및 자살유가족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교육하고 훈련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 내 관련 단체나 기관의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을 도입해 실행해 볼 것을 권했다.

자살 문제 다루는 상담소도 필요해

이와 함께 우울증이나 자살 위험에 처해 있는 성도들을 상담해 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미숙 팀장은 “지역의 한 교회와 협력해 교회 내에 자살예방을 위한 상담실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교회 내 상담실 운영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성돈 교수는 상담소를 교회 건물 밖에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교인들뿐만 아니라 비신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담소를 노회나 총회 차원에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살유가족 돌봄, 어떻게?

또한 전문가들은 진정한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자살유가족 돌봄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상훈 원장은 “만약 내가 다니는 교회에 자살한 교인이 있다면, 우리 공동체가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유가족을 위로하고 돕는 모임을 만들어 또다른 자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생명의전화에서는 자살유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자살유가족 자조모임과 함께 이들을 위한 상담이 이뤄진다.

하 원장은 “교회 자체적으로 자살유가족 돌봄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한국교회의 현실상, 그리고 정서상 교회 내 자살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개 교회가 이러한 센터를 적극 활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10.11.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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