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대면하는 영성(6)

제롬 (347~419년)의 영성

조대준 목사 (필라델피아 WTS, Ph. D. )

 

사자의 발에 박힌 가시를 빼주는 히에로니무스(제롬). 사진출처:위키백과


제롬은 성경을 가톨릭 교회의 라틴어 성경인 불가타(Vulgate) 성경으로 번역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23년간의 그의 노고로 중세교회에 라틴어 최고의 성경인 불가타 성경을 안겨 주었고, 이 성경은 지금까지 가톨릭 교회에서 쓰이고 있다. 그는 성서학자이면서 평생 독거하면서 금욕주의의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제롬은 지금의 유고슬라비아인 스트리돈이라는 지방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은 다음 하나님께 삶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명상과 금욕의 삶을 살기 위하여 시리아 사막으로 향하였다. 제롬은 시리아 사막에서 금욕의 삶을 살면서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통달하였다. 나중에 로마로 돌아와서 성경을 가르치게 되면서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대작업을 시작하였다.

깊은 영성을 추구하였던 제롬은 로마의 물질주의를 박차고 베들레헴으로 향하였다. 그는 베들레헴에 수도원을 세우고 평생 금욕의 삶을 살았다. 제롬이 로마에서 베들레헴으로 올 때 부유한 여신자들이 그를 따라 베들레헴에 와서 수녀원을 세우고 금욕의 삶을 살면서 제롬의 지도를 받았다.

제롬은 하나님과 깊은 영성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두 가지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 두 가지는 세속의 삶을 포기하는 것과 순결이다. 신자가 깊은 영성을 갖기 위해서는 세속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 가족 관계, 돈, 세상의 명예, 칭찬을 다 버려야 한다고 제롬은 가르친다. 제롬은 자신도 이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나는 지금 당신을 묶어 놓고 놔주지 않는 족쇄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나의 가슴도 철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나의 마음도 돌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나도 마게도니아의 돌에서 나오지 않았고 호랑이의 새끼도 아니다. 나도 당신이 갖고 있는 쓰라림을 겪었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지옥에 대한 두려움은 이런 것들을 쉽게 부수어 버린다.

또한 제롬은 깊은 영성을 갖기 위해서는 순결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것은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것을 말한다. 여자들은 처녀로 사는 것이 낫고, 남자들도 결혼을 하지 않고 독거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그리고 결혼을 하였다면 자녀를 낳을 목적이 아니면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그는 "결혼도 괜찮지만 처녀로 지내는 것이 더 낫다. 은도 여전히 은이지만 금이 은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한다. 제롬은 여신자들과 떨어져서 수도원에서 살았지만 이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으며 평생 동안 이들을 지도하며 살았다. 그가 오랫동안 여신자들과 가까운 관계를 가지고 살았는데도 여신자와 물의를 빚어 큰 공격을 받지 않은 것은 그의 삶이 얼마나 정결하고 깨끗하였는가를 보여 준다.

제롬은 신자가 깊은 영성을 갖기 위해서는 매일 세 가지 훈련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첫째로 신자는 기도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기도는 최소한 하루에 여섯 번씩 정시에 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9시에, 정오에, 오후 3시에, 해가 질 때, 잠자리에 들기 전에 정시 기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도를 해야 한다. 제롬은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기도하기 전에는 음식을 먹지 말라.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하기 전에는 식탁에서 떠나지 말라. 밤에 두세 번 일어나서 외우고 있는 성경 구절을 묵상하라. 집을 나설 때, 집에 돌아왔을 때 기도하라. 언제나 당신의 영혼을 기도로 무장하라. 영혼이 충족하게 되기 전까지는 당신의 육신을 쉬게 하지 말라. 한 가지 행동마다, 한 걸음마다, 당신의 손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나타내게 하라.

이것은 제롬이 얼마나 순간마다 기도에 젖은 삶을 살았는가 하는 것을 보여 준다. 특별히 밤에 자다가 두세 번씩 일어나서 말씀을 묵상하는 것은 보통 신자들이 따라하기 힘들 것 같다. 나는 자다가 잠이 깨서 성경을 읽고 묵상한 적은 있으나 일부러 일어나서 성경 구절을 묵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도 두세 번씩이나.

둘째로 깊은 영성을 갖기 위해서는 성경을 공부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기도할 때마다 성경을 읽고, 성경을 읽을 때마다 기도를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저녁에도 성경을 손에 들고 있을 때 잠에 들라고 말한다. 제롬은 "성경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를 지혜의 동반자로 만든다. 성경을 항상 공부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그리스도에 관한 도서관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신자들에게 시편과 잠언과 욥기부터 읽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복음서와 사도행전과 서신서들을 읽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선지서와 모세오경과 역사서와 아가서를 읽고, 특별히 선지서와 모세오경은 신자들에게 암기하라고 가르친다.

제롬은 일부 수도사들이 성경 지식이 없이 명상의 삶을 사는 것을 반대하였다. 그는 성서학자답게 성경을 공부하는 것을 강조하였고, 명상도 성경과 관계를 두고 명상하는 것을 권하였다. 제롬은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제롬의 전에도 그랬고, 제롬의 후에도 그랬듯이 일부 신자들은 성경 지식이 없이 명상의 삶을 살았다. 그러므로 제롬이 명상과 성경을 연관지은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셋째로 신자가 깊은 영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을 쳐 죽이는 고행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는 깊은 영성을 추구하였던 다른 교부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치는 수단으로 수면의 단축과 금식을 사용하였다. 잠은 필요한 만큼 최소한 자고, 음식은 필요 이상 먹지 말고 금식을 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심장이 빨리 뛸 정도나 다른 사람이 부축해 줘야 할 정도로 약해지는 과격한 금식은 피하라고 가르친다. 육신은 제지되어야 하지만 공부를 할 수 있는 힘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제롬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3일 동안 아무것도 안 먹는 금식보다는 조금 먹어서 위를 충족시키지 않는 것이 낫다. 조금씩 매일 먹는 것이 가끔 많이 먹는 것보다 낫다.

제롬은 신자가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기 위해서는 고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제롬은 언어에 능통한 성서학자였으나 창의력이 있는 신학자는 아니었다. 이런 특징은 그의 영성에 대한 가르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가르침에서 명상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혼이 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신비한 체험에 대한 새로운 사상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성경을 깊이 연구하는 것이 깊은 영성의 삶을 살기 위하여 필요한 것과, 명상과 성경을 밀접하게 연관지어 가르친 것은 제롬이 영성신학에 끼친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12.01.16 07:52
  • 수정 2020.12.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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