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대면하는 영성 (08)

존 카시안 (360~435년) 의 영성

조대준 목사 (필라델피아 WTS, Ph. D. )


존 카시안은 동방의 헬라 교부들의 영성신학과 영성훈련을 체계화한 사람이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영성신학 강요」가 있는데, 이 책은 서방에 있는 신자들에게 영성의 삶을 인도하는 지침서가 되었다. 그러므로 카시안은 기독교 영성신학의 존 칼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카시안의 가르침은 후세에 서방 교회 수도사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후세에 일어난 가톨릭 교회에 속한 어떤 수도회이든지 카시안의 영향을 받지 않은 단체가 없었다. 칼빈도 그의 대작 「기독교 강요」에서 카시안을 인용하면서 기도에 대하여 가르친다.

카시안은 루마니아의 소시디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하나님을 위하여 살기로 서원하고 베들레헴에 가서 수도원에 입문하여 금욕의 삶을 살았다. 금욕주의의 진가를 맛보기 위하여 그는 이집트로 향하였다. 이집트에서 7년 동안 사막교부들의 발 밑에서 살면서 금욕주의와 영성을 배웠다. 그는 팔레스타인에 다시 돌아와서 수도사의 삶을 살다가 로마를 거쳐서 프랑스에 위치한 마르셀레스에 정착하여 여생을 보냈다. 카시안은 여기에 두 개의 수도원을 세웠고, 지금까지 배운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수도사들을 가르쳤다. 그의 가르침과 명성은 전 유럽에 퍼져 나갔고, 그의 저서들은 깊은 영성의 삶을 살고자 하는 신자들에게 교과서가 되었다.

카시안은 신자가 깊은 영성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첫째, 신자는 세상의 물질과 명예를 포기해야 한다. 둘째, 신자는 자신의 과거와 악과 정욕을 포기해야 한다. 셋째, 신자는 보이는 세상을 포기하고 자신의 영혼을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에 대하여 명상하는 데 바쳐야 한다. 그러나 카시안은 신자가 처음부터 이런 명상의 삶을 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마치 어린아이가 보고 따라 하고 연습하면서 글 쓰는 것을 배우는 것과 같이 신자도 좋은 모델을 보고 따라 하고 연습하면서 명상의 삶을 배워야 한다. 물론 이런 모델은 고대 교부들에게서 보석같이 감춰져서 내려온 가르침이라고 카시안은 말한다.

또한 카시안은 신자가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것은 그의 영혼이 다양한 것에서 하나로, 복잡한 것에서 단순한 것으로, 어지러운 것에서 고요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신자는 명상을 통하여 이 단계를 거쳐서 하나님과 깊은 관계에 들어간다. 명상할 때 처음에는 신자의 마음이 생각의 폭풍에 시달리고, 귀신들에게 시달리면서 이리저리 얻어맞고 악전 고투한다. 그러나 정상에 도달하면 마음은 고요하고 하나님께 집중되어 있으면서 하나님을 향한 지속적인 기도가 나온다. 그러므로 신자의 영성훈련은 생각과의 싸움이고, 생각을 정리하고 조정하여 하나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신자의 생각이 단순함에 이를 때에 그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사랑의 불의 체험을 하게 된다. 이때 그의 영혼은 하나님과 하나 되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하나님에 대하여 명상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하나님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이라고 카시안은 가르친다. 신자가 그의 마음을 하나님에 대한 생각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순간마다 "하나님이여 나를 도와주시옵소서. 주여, 나를 빨리 건져 주시옵소서"라고 외쳐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카시안은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나의 마음은 분노와 욕심과 우울증의 전쟁터가 되어서 괴롭습니다. 그동안 온유가 나의 삶의 일부분인 것같이 되어서 온유를 좋아하며 살게 되었는데 지금은 너무 괴롭습니다. 거친 분노의 파도에 휩쓸려서 쓰라린 괴로움에 빠질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여, 나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옵소서. 하나님이여, 나를 도와주시옵소서. 주여, 나를 빨리 건져 주시옵소서.

신자는 자신의 힘으로 영성의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순간마다 하나님께 의존해야 한다. 카시안은 이렇게 고백한다.

나의 영혼은 여러 가지 수많은 잡념으로 가득합니다. 나의 마음이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일 때마다 열병이 납니다. 이 여러 가지의 수많은 생각들을 하나로 묶어서 잡을 힘도 없습니다. 기도할 때에 막히지 않을 때가 없고, 기도할 때에 공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없습니다. 메마름의 밧줄에 매여 있는 것 같아서 도저히 영적 감정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이 영적 황무지에서 건져내어 주시옵소서. 나의 한숨과신음 소리를 들으시옵소서. 하나님이여, 나를 도와주시옵소서. 주여, 나를 빨리 건져 주시옵소서.

카시안은 신자는 확고하게 서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때가 없다고 말한다. 신자는 자신이 바로 서 있다고 생각할 때도 하나님께 매달려야 한다. 카시안은 이렇게 기도한다.

나의 영혼은 이제 가야 할 방향을 바로잡은 것 같습니다. 나의 생각은 분명한 목적을 가졌고, 나의 마음은 성령이 오셨기 때문에 기쁨과 환희에 가득 차 있습니다. 영적 생각이 흘러나오고, 주님에게서 순간적으로 오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거룩한 아이디어가 주어지고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진리가 깨달아집니다. 주여, 이 상태에 더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은혜를 주시옵소서. 하나님이여, 나를 도와주시옵소서. 주여, 나를 빨리 건져 주시옵소서.

신자가 영성이 깊어서 모든 적을 이길 수 있는 무적의 용사같이 느낄 때에도 하나님께 순간마다 의지해야 한다. 카시안은 또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주님이 위로해 주셔서 온전하게 만들어졌고, 주님이 오심으로 용기를 얻었고, 만만의 천사들이 나를 보호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러므로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하였고, 죽음보다 더 무서워하였던 적을 찾아서 싸울 용기가 생겼습니다. 이럴 때에도 주님이여, 나를 도와주시옵소서. 이 용기와 목적을 붙잡고 있을 수 있는 힘을 주시옵소서. 하나님이여, 나를 도와주시옵소서. 주여, 나를 빨리 건져 주시옵소서.

카시안은 신자가 주님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때가 한순간도 없다고 가르친다. 신자의 영성은 그가 그리스도를 찾는 간절함보다 더 깊이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한다. 카시안의 가르침은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의 사상을 많이 인용하였고, 그의 독창적인 사상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는 독거하며 생각과 싸우면서 영성을 추구하였던 사막교부들의 가르침을 공동체 수도사들의 삶에 적절하게 적용하였다.

기도 훈련은 먼저 육신과의 싸움이고 다음에는 사상과의 싸움이다. 카시안은 신자들에게 공동체의 삶을 살면서도 이 싸움을 이길 수 있는 방법과 비밀을 제시하였다. 그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하면서도 근본적으로 신자는 순간마다 그리스도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영성을 가르쳤다. 영성은 깊어질수록 그리스도에게서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에게 더 의존하는 것이다. 현대 신자들은 신앙이 성숙해질수록 그리스도에게 더 간절히 의존하는 영성을 카시안에게 배워야 한다.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12.03.02 08:46
  • 수정 2020.12.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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