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유적지

       ‘꼭 지켜야 할 문화유산’에 선정

개신교 넘어 한국사적 가치 첫 인정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박재찬 기자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가 제10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에서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산기증과 기부를 통해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 시민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시민운동이다. 1895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한국에서는 2000년에 창립됐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지난 26일 서울 예장동 문학의집서울 산림문학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는 한국 땅에 뿌리내리고 적응해가던 이국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인류학적 사료로 인정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수상 단체인 ‘사단법인 지리산기독교 선교유적지 보존연합(이사장 안금남 목사)’의 명예 공동이사장 인요한 연세대 교수는 수상자로 나서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는 개신교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라며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의 역사는 반세기가 넘었다. 인 교수의 아버지 휴 린튼(한국명 인휴·1926∼84) 선교사는 지리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8년 전인 1962년 말라리아, 학질 등 풍토병에 취약한 선교사들의 질병 치료와 휴식, 재충전을 위해 왕시루봉에 수양관을 지었다. 앞서 1921년 미국 남장로회 한국 선교부가 지리산 노고단 인근에 지었던 수양관 50여채가 6·25전쟁과 태풍으로 훼손되면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현재 왕시루봉에는 수양관과 채플실, 창고 등 12개 시설이 남아 있으며, 유적지는 서울대 소유로 돼 있다. 보존연합 측은 올 상반기 내에 등록문화재 신청을 할 예정이다.

건축 전문가들은 왕시루봉 수양관 주택들이 외국의 건축양식을 접목한 보기 드문 건축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다. 1950년대 북미식 오두막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샤롯데 벨 린튼 가옥’과 억새를 이용해 지붕을 이은 영국 농촌주택 양식의 ‘배도선 가옥’, 일본 농촌주택 기술을 활용한 ‘인휴 목사 가옥’, 노르웨이 건축양식을 지닌 ‘도성래 가옥’ 등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위원인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유적지 건물들은 주변의 재료들과 당시 현황에 맞는 공법과 창법을 최대한 활용해 만든 건축물이기에 한국 근대화 건축사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다”면서 “현장 심사를 하면서 크게 감동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언론중재위원회는 인터넷 언론사인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31일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에 대해 ‘인요한의 지리산 별장, 계속 유지될까’ 제하의 기사를 보도한 것과 관련, ‘지리산 건물은 인요한 개인 별장이 아니며, ㈔지리산기독교 선교유적지 보존연합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의 정정보도 결정을 내렸다.


  • 기자명 평양대부흥
  • 입력 2013.01.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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