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8군 군종참보 위틀리 대령

주한 美8군 군종참모 위틀리 대령 “한국 군종 더 늘리면 군대 사고 줄어들 것”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박재찬 기자

 

 
미8군 군종 참모인 토마스 위틀리 대령이 최근 서울 용산 미8군사령부 집무실에서 군종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그의 오른편에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장병들 틈에서 부상자를 돌보는 군종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보인다. 허란 인턴기자

주한 미8군 군종참모 토마스 위틀리(54) 대령은 군종 예찬론자였다. 그의 얘기를 듣다 보면 ‘군종 없이 어떻게 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최근 서울 용산 미8군사령부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 한국군의 잇따른 자살·폭행·사망 사고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군종과 장병들이 함께 머무는 시간이 많을수록 사고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군종의 기본임무는 ‘병사와 함께 있는 것’입니다. 군종은 장병들의 막사를 자주 방문하면서 그들의 평소 모습을 잘 익혀둬야 합니다. 그래야 평소와 다를 때 이상이 있다는 걸 즉시 알아차릴 수 있거든요. 이건 우리 미8군의 자살예방 프로그램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성폭력이나 성희롱, 알코올·약물 중독 등 군부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에 대처할 때도 군종과 장병 간 ‘면대면(面對面)’ 활동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같은 활동 때문에 자살예방활동의 경우 부대 의료진과 인사담당자, 군종 간 ‘3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뤄질 정도로 군종의 역할은 크다.

위틀리 대령은 군종의 핵심 역할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예배나 세례, 성례전 등을 통한 ‘양육’과 전시·훈련 도중 발생한 심신 환자들의 ‘돌봄’, 그리고 전사자들을 위한 장례·추모 등 ‘위로’ 활동이다. 그는 특히 “우리(미군)의 경우 군인의 건강은 신체와 정신(영), 감정, 관계, 가족 등 5개 분야의 건강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면서 “영적 건강에 있어서는 군종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한국 육군의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병영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대대급 군종 및 군종지원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군은 대대급 이하 부대에 군종이 없다. 민간인 목사 출신의 군선교사가 대대급 부대를 드나들며 군종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반면 미군은 대대급 부대에도 군종이 배치돼 있다.

국방부와 미8군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의 육군 병력 규모는 각각 52만명과 50만명 선으로 엇비슷하다. 하지만 군종 수는 각각 1600여명과 500여명으로 한국군이 훨씬 적다.

위틀리 대령은 “군종 증원뿐 아니라 잘 양육된 군종을 발굴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면서 “특히 군종 장교와 더불어 군종병을 함께 선발해 배치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병들과 함께 훈련받고 생활하는 군종병이 병영생활의 충실한 ‘모니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 출신의 위틀리 대령은 대학 졸업 후 “너는 군종이 될 것”이라는 하나님 음성을 듣고 지금의 자리에 서 있다고 간증했다. 올해로 군종 26년째인 그는 군종 참모로 발령받아 한국에 온 지 4개월째다. 1990년대 초반에는 대구 미군부대(캠프 워커)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가족으로는 교사 출신의 아내(49)와 홈스쿨링으로 키운 아들 3명이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 기자명 미션라이프 박재찬 기자
  • 입력 2014.10.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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